농장을 다녀온 지가 일주일이 넘어갑니다. 이미 가을은 깊어 오늘은 눈이 날리던데요. 월동준비들은 모두 하셨나요? 세월이 지나면서 짐은 늘어나고 정리를 해야 할 것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몸은 분주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인 듯합니다. 농사를 짓지 않고 땅을 묵히면서 마음의 무게는 깊어가고, 그것을 바라다보는 시골의 노인은 시름만 깊어가는 듯합니다. 올 겨울 잘 이겨내고 또 봄날에는 무엇인가를 기획하고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지 않을까 하며 위안을 삼고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봄이면 피어나는 만물처럼 마음에서도 씨앗을 많이 뿌리게 되는데요. 그 씨앗만을 품고 살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음속에 심어둔 것을 이제는 땅에 뿌리내리는 겨울, 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봅니다.
치유농장을 일구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어디선가 나에게 들어온 그 모습은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길이겠다 싶어 늘 마음속에 일구어온 일입니다. 케어팜으로 시작하여 체험농장, 치유농장으로 1차 산업이 2차, 3차를 넘어 6차 산업으로의 길은 확장되었으나 정작 그 모습을 갖추어 가는 곳은 그리 많지가 않아요. 어떻게 하면 그 모습을 가장 잘 만들어 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것이지요.
생산에 참여시키고, 가공을 하며, 체험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고, 판매까지 이루며, 물건 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팔아야 부가가치는 높아지는데 아직까지도 물건을 파는 것에 그치고 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설계자의 의도가 아니라 소비자의 의도도 바뀌어야 하지만 정작 소비자의 마음이 동하지 않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서비스에 대한 기획이 사람의 마음을 변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밭에서 크고 있는 잡초만 보더라도 그것은 나름의 힐링의 요소가 되고, 잡초가 만들어 주는 노동력의 요구는 필요합니다. 그런 원초적인 부분을 감안하면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치유농장의 목적은 뚜렷하게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시설물을 만들고, 생산물이 존재해야 하며, 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가져온 치유농장의 개념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방문자의 마음이 일어 잡초를 뽑아야 하겠구나, 휴대폰은 잠시 내려놓아야 하겠구나, 무엇인가 삶을 옳아 매고 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무장해제 시키는 환경과 마음의 발산을 일으킬만한 소재를 전달하고 화두를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치유의 목적을 거두는 데에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너무 거창하게 접근을 하려니 어떠한 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군요.
올해도 수고한 호두나무에게 감사함을 표합니다. 부디 추운 겨울 몸속에 가진 해충 모두 거두어 버리고 봄눈을 튀우기를 기대합니다. 받는 것에만 익숙한, 자연은 당연히 주는 대상이라는 것을 지우고 나누는 대상임을 인지해야 그 관계가 영원할 것입니다. 내년엔 한발 더 가까이 가서 그 노고에 감사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해 봅니다.
백가네농장을 겨우내 찾아가 보지 못함은 나의 게으름이라고 여기기에 눈 내린 농장도 보살필 것입니다. 그것이 자연과의 교감에서 오는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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