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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시골살이 12일차

by 농사짓는마케터동주 easternking 202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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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는 0530 기상.
작업복을 입고 남에게 넘어간 땅의 고사리를 꺾는다.
익숙하다.

삶고, 널고, 말리고.

며칠전 도착한 오래된 골동품 오토바이의 바퀴에 튜브를 넣어본다.
경험이 없으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지지만,
노련한 옹의 조언이 거칠 것이 없다.

점심 약속이 있으신 어르신 두분은 외출을 하시고,
혼자 간만에 라면으로 편안한 식사를 한다.

오전에 두통의 주문 전화가 즐겁다.
연세가 80세라고 믿겨지지 않을 목소리의 갸냘픈 여사님이 전화로 햇고사리를 주문하신다.
기존에 산 고사리가 너무 뻣뻣해서 실망이었다고 하시며,
검색은 나름 하는데 송금이나 다른 것은 모르신다며 오후에 동생을 통해 입금을 한다고 하신다.

두번째 여사님.
남편의 병환에 뭐가 좋을까 하시다가 제 글의 한켠을 보시고 어려운 주문을 하신다. 다슬기를 잡아 달라신다.
수없이 잡긴 했지만 글도 썼지만 구매를 하고자 하신 분은 처음이다.
고사리 농부에게 다슬기라. 그런다고 한다. 야근을 추가 근무를 해야하는 이유가 생겼다.

점심을 먹은 고사리 농부, 농사짓는마케터동주는 어제 심은 생명체가 궁금하다. 심은 것에 흙으로 북을 주고, 눈맞춤을 한다.

무엇이든 성급하고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때가 있다지만 심어놓고 자라기도 전에 말뚝을 박고, 지지대줄을 치고, 잠시도 자유로운 상태의 시간을 안주면 나는 안될 것 같아 그냥 놓아둔다. 내 기준의 그때에 할 것이다.

잠시 집에 들러 그 분이 주신 들깨씨를 뿌린다.
새가 날아와 주워 먹기라도 할까봐...
기구를 설치해서 소리와 진동과 불빛이 제공되는 물체를 땅에 꽂아놓았다.
부디 야생동물의 방해가 없이 자라 주길 바래본다.

저녁은 늘 거하게 먹고 싶다.
그러나 음식 솜씨가 없는 나로서는 난감한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다.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며, 음악과 글을 쓴다.
이 시간이 즐겁다.
흥얼거리며 보내는 시간.
하루 중 릴렉스가 되는 시간.
방해 받고 싶지 않다.

어둠이 내리고
야근준비를 한다. 헤드랜턴과 수경을 가지고 출동.
많다. 생각보다 많고 굵다. 다슬기 씨알이.
한 시간 반 정도의 야근으로 수당은 톡톡할 것 같다.

2200 오늘 마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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