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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13일차 - 비오는 13일에 금요일

by 농사짓는마케터동주 easternking 2022.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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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새벽 운동삼아 고사리를 수확한다.
매일 느낌이 다르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활기찬 날이 있는가 하면
오늘은 조용한 내면의 대화를 한다.

무슨 대화인지는 모르지만 혼자서 극복하고 이겨내는 삶이 시골살이 귀농귀촌의 가장 큰 난제이기도 하다.
취미가 없거나 나름의 즐길 것이 없다면 지루한 생활이다.

일로써, 그 벌여놓은 일이 몸을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되고,
생활의 반복이 되어 가는 듯하다.
서울에서 느끼지 못했던,
아니 깨닫지 못한 것들이 아카시아 향기와 같이 코끝에 다가온다.

할머니는 양지에 앉아
처마 밑에 집을 지은 참새를 보시며
"저작은 새도 높이 날아 세상을 내려보고,
멀리 날아가기도 하는데~~~"
지금의 처지가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육신에 대한 원망 섞인 하소연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의료원을 다녀왔다.
시골이라 그런 건지 의료지원 서비스가 너무 좋다.
코로나로 흉통을 호소하시는 바람에 방문해서 상담하고,
심전도 검사, X-레이를 찍었다.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어 다행이다.
이  모든 의료서비스가 무료다.
병원을 나서며 자주 오셔서 진찰받아보셔야겠다고...

장을 보는 것도 이제는 전통시장보다 깔끔한 농협마트로 가신다.
드시고 싶은 것이 딱히 없지만 그래도 우렁이 드시고 싶으시다며 주문을 하신다.  냉장고에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고 상추도 같이 샀다.

읍내에서 점심을 드시자니  마다신다.
입맛이 없으셔서 돈 낭비라며 컴백홈.

매식사 때마다 밥이야 늘 같지만 반찬, 사이드 메뉴가 관건이다.
같은 것을 항상 내놓기도 그렇고 참으로 이런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주부의 역할과 정신적인 무게감은 상당할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나른해진다.
틈을 주지 않는다.
빗방울이 솟는다.
아뿔싸 옥상 건조대에 널어놓은 고사리.

사진도 찍고 상하지 않게 창고에서 옛날 채반에 담아낸다.
마당 한편에 자리를 잡고 펴서 널어준다.

시골살이의 일요일, 비 오는 날.
쉼 없이 불러대는 농작물이 비가 오니 나오지 마라고 한다.
그래도 우의를 입고 밭으로 향하는 농부도 있다.
잠시도 가만히 있으면 좀 쑤시는 농부다.

비가 오려고 그랬는지 아침부터 고사리 밭에서,
집 안 마당에서 민달팽이를 보았다.
아마도 비가 오기 전에 출몰하는 습성을 가진 모양이다.
앞으로 농부의 지식으로 내게 각인이 될 듯하다.
"민달팽이가 보이면 비 올 확률이 높다!"

두 시간 넘게 내린 비로 땅이 젖었을 것이라고 믿고,
저녁을 먹고 나의 놀이터로 향한다.
포트에 남은 고추, 땅콩, 옥수수를 심어볼 요량으로.
초보 농부의 한계가 나타난다.
이 정도의 비로는 땅도 젖지 않는다는 것을 모른다.

심기는 해야겠고 물을 떠다가 물을 주며 심었다.
잘 살아주고, 열매도 많이 맺어주기를 빌면서 심는다.

시골살이, 귀농귀촌의 최대 적은?
바로 외로움이다.
서울에서도 외롭지만 시골은 고요하면서 외롭다.
사람과 말하지 못하는 미물들과의 대화법을 터득해야 시골 삶이 윤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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